돌멩이 하나

제로베이스의 수료 후기는 왜 이렇게 찾기 어려울까?

미래에서 온 개발자 2022. 10. 2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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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은 지난 한 달 반 정도 수강했던 제로베이스 프론트엔드 스쿨에 대한 개인적인 인상에 대한 이야기가 될 예정이지만, 이 포스팅이 어떻게 끝날지는 나도 모른다..ㅋㅋㅋ 크게 상관은 없지만 이 포스팅은 제로베이스에 들어가기 전까지 제가 보낸 2개월 여의 시간에 관한 이야기(a.k.a. 코드스테이츠 광탈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내용으로 궁금하신 분은 이전 포스팅을 보고 오시면 좋습니다.

  1. 당시 제로베이스를 선택한 이유: 선발 과정이 없는 가장 빨리 시작할 수 있는 코스였다.
  2. 제로베이스의 장점이라고 다가왔던 부분:
    - 온라인 강의 커리큘럼이 비교적 상세함
    - 모회사가 패스트 캠퍼스인 만큼 온라인 강의 퀄리티가 괜찮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3. 제로베이스의 프론트엔드 스쿨의 특징:
    - 선불제, 정액후불제, 소득공유방식 후불제 등 수강료 납부 방식 선택지가 다양함
    - 개강 이후 3~4주차부터 매주 1주일에 한 번씩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를 봐야함
    (코딩 테스트 누적 점수가 일정 점수 이상 되지 못하면 코스 퇴출)
  4. 커리큘럼 등 개강 전 시점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을 보고 아쉬웠던 부분:
    - 과정 중간에 학습 내용이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 질문할 운영진이나 멘토가 없다.
    - 위의 내용과 일정 부분 이어지는 내용인데 온라인 강의가 라이브 강의가 아닌 100% 사전녹화 강의라 강사에게 질문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
    - 개별 과제를 제출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은 주지만, 팀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자바스크립트의 ㅈ의 한 획도 모르는 상태에서 당장 한 달 뒤부터 코딩테스트를 봐야 하는 코스였기에 9월 1일 개강이 2주 가량 남은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바스크립트 기초 문법을 공부하는 것이었다. 제로베이스는 코스 신청을 하자마자 개강일 전까지 사전학습 컨텐츠를 제공해 주는데, 별도의 컨텐츠가 아니라 개강하면 오픈되는 온라인 강의를 미리 볼 수 있게 해준다. 매달 수강생을 받는 과정이기에 신청 시점에 따라 일찍 신청한 사람이라면 개강일보다 한 달 이전에 미리 사전학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한 달 일찍 시작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그래서 사전학습으로 자바스크립트 기초 문법부터 시작을 했는데 첫 강의를 열자마자 선생님, 이게 무슨 말씀이시지요...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프로그래밍 언어 등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생활코딩 WEB1과 <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을 읽은 게 전부인 나는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었다. <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은 참고로 입문서로 강추이다. 비전공자를 위한다고 해놓고 비전공자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인 컨텐츠들이 범람하는 이 혼란한 세상에 기표(signifiant)와 기의(signifié)가 일치하는 아주 드문 단행본 책이다. (실제로 삼성 모 계열사에 다니는 친구가 최근 서비스 기획 업무를 시작하며 개발자와 일을 하게 되었는데 문송합니다의 연속이라고 해서 위의 책을 추천해줬더니 아주 만족했고, 자신의 옆자리 동료에게도 이 책을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제로베이스의 사전학습 강의를 묻어두고 다시 생활코딩 선생님의 WEB2 - JavaScript를 찾아 떠났다. 이번에도 나를 구원해주소서...! 생활코딩을 들으며 ㅈ의 한 획 정도를 알아가던 당시 내가 했던 질문의 수준을 보여드리겠다.

console.log와 document.write 무슨 차이지?


실제 메모 앱에 적어놓은 내용이다 ㅋㅋㅋㅋ 브라우저의 console이 뭔지, 화면이 뭔지에 대한 이해가 전무했던 8월 말의 나. 혼란하다 혼란해...
생활코딩 WEB2 - JavaScript를 들으면서 끝까지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았던 질문이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자바스크립트 챕터를 끝까지 들었고, 자바스크립트가 이런 거구나, 자바스크립트로 이런 거를 할 수 있구나 정도는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제로베이스의 사전학습 강의로 돌아와 자바스크립트 기초문법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여전히 모르는 것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생코를 듣고오기 전보다는 강의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모르는 것은 조금 더 검색을 해보다가 그래도 모르겠으면 일단 위의 console.log, document.write의 차이처럼 질문 리스트를 따로 만들어서 적어내려갔다. 미래의 내가 알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리고 console.log, document.write의 차이 뿐 아니라 당시 적어놨던 질문은 시간이 지나며 거의 다 해결되었다.

재귀함수 처음 들었을 때 이해 안되는 코드 캡처해 놓은 화면. 찾아봐도 모르겠는건 그냥 이렇게 폴더 한 켠에 쌓아놨다가 한번씩 꺼내보았다.


9월 1일을 개강을 기다리며 이렇게 사전학습을 하는 동안 완전히 끝낸다고 끝냈던 기존에 하던 일부 통번역 일감 중에 또 마무리 해야 하는 일들이 생겨 간간히 두 세계를 왔다갔다 했다. 9월 1일 개강을 하면 하루 8 타임 학습을 하는 것이 목표였기에 이 시기부터 뽀모도로 식으로 타이머를 켜놓고 40분 학습 - 15분 휴식 한 세트부터 시작해 개강일까지 50분 학습 - 10분 휴식 한 세트를 목표로 학습 시간 트래킹을 시작했다.

제로베이스 코딩테스트 때문에 html은 생활코딩 WEB1을 들은 게 전부이고, css는 일자무식이었지만 자바스크립트 강의부터 먼저 듣기 시작했고, 강의 챕터마다 나오는 문제 풀이는 전부 다 복습을 해가며 해설 강의 없이 내가 풀 수 있을 때까지 복습했다. 결과적으로 나중에 본강의가 시작되고 실제 코딩테스트를 시작했을 때 강의에 나왔던 문제와 유사한 문제들이 제법 나오기도 해서 직접적인 도움을 받기도 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코딩 테스트 문제를 봤을 때 가지고 있는 기초지식으로 이건 어떻게 접근해야겠구나, 어떤 문법을 사용해야겠구나 라는 걸 익혀나갈 수 있었다. 이 사전학습 과정이 없었다면 코딩테스트에서 너무 좌절했을 것 같다.

9월 1일 본강의가 시작하고, 듣고 있던 자바스크립트 기초문법+자료구조/알고리즘 강의와 병행해서 html과 css 강의 수강을 시작했다.

학습 시간 트래킹이라고 거창하게 적어놨지만 실상은 이면지에 이따구로 적음 ㅋㅋㅋㅋ


html, css 강의를 시작하면서 생활코딩 선생님에 이어 큰 절 올릴 두 분의 스승님을 만났다. [기본부터 끝까지 러닝메이트 HTML/CSS - BOLT 강사님]이 명쾌하게 이론을 짚어나가주고, 이론 학습이 끝나고 두어개의 실습 강의가 있는데 그 중 [HTML/CSS 장인의 핵심정리 & 프로젝트]를 강의하시는 오혜진 강사님(장인이라고 일컫는 게 아깝지 않은 장인 스승님. 카카오 컨텐츠 계열사에서 근무 중이심)이 SASS를 이용해 네이버 주문하기 페이지를 따라 만드는 과정에서 정말 큰 은혜를 입었다.

제로베이스의 part 2 과정(리액트, 뷰 등)까지는 진행하지 못했고, part 1(html, css, js)까지만 들어본 입장에서 위의 두 강의는 명강의라고 생각하고 큰 도움을 받았다. 마크업 단계에서 어떻게 구상을 하고 실제 코딩을 어떻게 적어내려가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part 1 과정에서 개인별 제출해야 하는 html/css 과제로 쿠팡 페이지 클론 코딩이 있는데, 네이버 주문하기 클론 코딩을 하고 나면 과제였던 쿠팡 페이지 만드는 것도 비교적 어렵지 않게 혼자 해낼 수 있었다.

실제 학습을 해가나며 사전에 우려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 과정 중간에 학습 내용이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 질문할 운영진이나 멘토가 없다.
    ➡️ 수강생 커뮤니티 내에서 애지간한 부분은 자체적으로 해결된다. 수강생 중에 고수가 꼭 한 명 이상은 있어서 모르는 것 질문하면 다 알려준다.
  • 위의 내용과 일정 부분 이어지는 내용인데 온라인 강의가 라이브 강의가 아닌 100% 사전녹화 강의라 강사에게 질문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
    ➡️ 강의는 실제로 강사별 퀄리티 차이가 많이 난다. 큰 스승님을 만나기도 한 반면 자바스크립트는 제로베이스 강의를 들으면서도 이론 강의만으로는 자바스크립트로 뭘 할 수 있는건지 감이 오지 않아 따로 노마드 코더 니콜라스 선생님의 <바닐라 JS로 크롬 앱 만들기> 과정을 따라갔다.
  • 개별 과제를 제출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은 주지만, 팀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없다.
    ➡️ 개별과제로 자신이 얼만큼 할 수 있는지 자가 체크가 가능하다. 하지만 팀프로젝트 기회에 대한 아쉬움이 계속 있었고, 과정을 이어나갔다면 동기 수강생 중에 팀플을 원하는 사람들과 따로 접선(?)을 하거나 수강생 커뮤니티 밖에서 개인적으로 팀프로젝트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로베이스에서 한 달 반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수강을 하며 만족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조금 아쉽기도 했던 부분이 (사전에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한 달에 1~2회 정도 마련되는 현직 개발자와의 라이브 줌 세션이었다. 사전학습 기간부터 라이브 세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8월~10월까지 총 3번 라이브세션에 참가할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 들을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와 Q&A 시간을 통해 직접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고 10년차 이상 시니어 개발자의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하지만 고3 수험생, 재수생에게 대학을 졸업한지 10년 가까이 된 선배보다는 작년에 막 수능을 친 대학교 1학년 신입생이 해줄 수 있는 조언이 더 좋은 부분이 있는 것처럼 당장의 취준이나 입사 관련한 이야기는 이 라이브 세션으로도 해결이 안 된다. 물론 면접관 시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점은 아주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라이브 세션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3번 밖에 듣지 못해 일반화해서 말하기는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1) 한 달에 1-2회 제공이라고 했지만 내가 본강의를 수강한 2022년 9-10월에는 한 달에 한 번 밖에 제공되지 않았다. (10월 중순에 코스에서 하차를 해서 10월 말에 한 차례 라이브 세션이 더 있는지는 모르겠다. 월초에 라이브 세션 공지를 따로 한다고 했는데 별도의 공지가 있지는 않았다.)
2) 가장 아쉬운 점으로 횟수보다도 세 번 다 같은 분이 진행을 했다. 같은 분이었어도 다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주셔서 겹치는 내용은 크게 없었지만, 다양한 곳에서 근무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섭외력의 한계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와, 나 제로베이스에서 돈 한 푼 안 받고 이렇게 상세하게 적었다니. 여기까지 적는데 벌써 30분이나 썼다.
제로베이스 수강 후기를 찾아보며 '제로베이스에서 1개월차 회고, 2개월차 회고는 많은데(심지어 대부분 유상으로 보상을 받고 썼다는 포스팅이 많았다), 수료했다는 사람은 왜 없지?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라는 내용의 블로그 포스팅을 본 적이 있고, 나도 실제로 똑같은 생각을 했다.

제로베이스 강의/과제 및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컨텐츠를 하루 8시간씩 수강해 나가는 와중에 코드스테이츠에서 다음 기수 모집 공고 알림이 왔다. 이전 기수에서 광탈을 했지만 한 번 응시해본 경험이 있어서 행정적인 부분도 다 완료가 되어 있으니 주말에 2시간 정도만 짬을 내어서 테스트에 응시했다. 자기소개서는 큰 퇴고 없이 5~10분 만에 적어내려갔다. 그냥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백엔드와 협업할 수 있는 팀프로젝트)을 적어냈다.

for loop 문제에 해맑게 모르겠음을 적어냈던 한 달 반 전과는 달리 학습역량 테스트(였나, 정확한 이름 기억 안남) 10문제를 모두 손쉽게 풀 수 있었다. 매주 보는 코딩테스트에 단련된 몸(이라기에는 고작 세 번 봤습니다...😇)에게는 너무 쉬운 문제들이었다. 후후후...

결과를 기다리면서 해오고 있던대로 매일 학습 시간 트래킹을 하며(이면지에 바를 정자를 그려나가며) 강의와 과제, 테스트를 이어나갔고, 발표일에 대기번호나 나오려나 했는데 웬걸, 단번에 합격했다. n년 전 통번역대학원 합격 공지를 받았을 때의 기쁨만큼은 아니지만(내 생애 가장 기뻤던 날 top 5 안에 들어감) 지난 한 달 반 동안 내가 그래도 꾸준히 걸어왔구나 하는 확인을 받을 수 있어서 기뻤다.

제로베이스 코스는 2월 말에 끝나는 과정이었고, 코드스테이츠에 들어간다면 이 시기가 4월 중순으로 늦춰져서 아주 약간 고민하기는 했지만(빨리 다시 돈 벌고 싶다...) 어차피 제로베이스에서 팀플에 대한 부분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별도로 팀프로젝트를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기도 했고, 제로베이스에 선불제로 들어갔던지라 지금 시점에서 환불을 받는다면 한 달 정도를 세이프할 수 있는 금액이 들어오는 셈이니 코드스테이츠로 옮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하여 이 길고 긴 포스팅의 총평:

  • 제로베이스는 수강생의 학습 스케줄 관리를 전혀 해주지 않기 때문에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해서 주어진 강의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강의 수강/실습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무리인 코스다.
    (나는 개인적으로 통번역 프리랜서로 n년 동안 일했기에 하루 일정, 주중 일정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것에 이미 익숙한 인간이었다.)
  • 괜찮은 강의도 있다. (볼트 강사님, 오혜진 강사님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로베이스 밖에도 검증된 퀄리티 좋은 강의 컨텐츠들이 많다. 강의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면 과감히 다른 컨텐츠를 찾아 떠나 병행하면 된다.


한 줄 정리:
제로베이스는 왜 수료 후기가 없는가. 저의 케이스 한정이지만 다른 부트캠프로 이동해 갔기 때문입니다.


+) 보너스 쿠키 영상
두 달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제로베이스에서 강의를 들으며 필기했던 노트를 보니 제법 두껍다. 펜심이 계속 닳아서 뭐야 이거 고장 아냐 하고 새 펜을 뜯고 뜯고 했는데, 같은 펜 세 개째에 고장이 아니구나. 내가 필기를 많이 했구나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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